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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형사재판소는 전범에게 어떤 법을 적용하는가 전쟁은 총성이 멈추고 난 뒤에도 끝나지 않는다.피해자는 남고, 기억은 지속되며, 책임을 묻는 과정은 오히려 그 이후부터 시작된다.나는 어느 기록에서 그런 문장을 읽었다.“전쟁을 끝내는 건 무기가 아니라 문장이다.”그 문장이 가리키는 장소는 법정이었다.전쟁 중 벌어진 일들을 하나씩 끄집어내고, 그 일에 이름을 붙이며, 그 이름에 따라 책임을 묻는 곳.그곳은 다름 아닌 국제형사재판소였다 말해진 일이 모두 법이 되는 건 아니다전쟁이 끝난 뒤 가장 먼저 요구되는 건 진상 규명이다.하지만 어떤 일이 실제로 있었는지에 대한 설명은 사람마다 다르고, 기록은 흩어져 있으며, 그중 어떤 건 의도적으로 감춰져 있기도 하다.그런 상황에서 법은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위치에서 움직이지 않는다.오히려 ‘불완전한 증거’를 바탕으.. 더보기
국제사법재판소의 판결을 마주했을 때 느껴지는 기능과 한계 어느 날, 한 국가가 다른 국가를 상대로 국제 법정에 나섰다는 기사를 읽었다.표면상으론 법의 문제였지만, 그 뒤엔 수십 년간 이어진 역사와 충돌이 있었다.나는 궁금했다.정말 이 거대한 갈등을 법이라는 이름으로 판단할 수 있을까?그리고 그렇게 말해진 결론은 현실에서 어떤 의미를 갖게 될까?그 물음은 국제사법재판소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고, 그 관심은 단순한 판결문이 아닌, 사람과 국가 사이의 균형을 고민하게 하는하나의 시선으로 바뀌어갔다. 판단의 자리에 ‘누가 오를 수 있는가’라는 질문부터 시작된다국제사법재판소라는 단어는 아주 딱딱하게 들린다.마치 현실과는 거리가 먼, 조약과 문장으로만 구성된 공간처럼 느껴진다.하지만 실제로 그 법정에 한 국가가 다른 국가를 불러낸다는 건, 그 자체로 엄청난 결정을 의미.. 더보기
국제법 위반 시, 국제 인도법과 국제형사재판소 전쟁이나 분쟁과 관련된 뉴스에서 가끔 등장하는 단어들이 있다.‘국제법 위반’, ‘인권 침해’, ‘전범 기소’ 같은 말들.하지만 이 단어들이 어떤 절차로 움직이고, 누가 어떻게 판단하는지는 막상 뉴스만 보고는 알기 어렵다.나도 처음엔 그랬다.전쟁 중 무슨 일이 벌어졌고, 그 일에 대해 어떤 규범이 적용되며, 그다음 단계에서 누가 책임을 묻는지까지는 흐릿하게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 흐릿한 영역을 차분히 따라가다 보면, 두 개의 서로 다른 방식이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된다.하나는 전쟁 그 자체를 규율하는 움직임이고,다른 하나는 그 전쟁 이후에 남은 책임을 추적하려는 움직임이다. 전쟁 한가운데에서 먼저 움직이는 쪽이 있다면 한밤중, 사이렌 소리가 울리고 모두가 지하로 대피한다.도시 한복판에서 굉음이 울릴 때.. 더보기
제네바 협약이 말하는 전시에 지켜야 할 최소한의 국제법 전쟁이 시작되면 모든 것이 뒤바뀐다.거리의 풍경도, 사람들의 대화도, 매일의 리듬도.그런데도 이상하게, 그 와중에도 어떤 것은 지켜지길 바라는 사람들이 있다.병원이 무너지지 않기를, 아이들이 공격받지 않기를, 구조대가 막히지 않기를.어쩌면 그 바람은 비현실적인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하지만 누군가는 그 ‘비현실’을 종이에 써서 공식적으로 말하고, 누군가는 실제로 그것을 따르려 한다.나는 그런 모습에서, 법이 단지 명령이 아니라 ‘믿고 싶은 최소한’이라는 걸 느꼈다. 모두가 무너질 때, ‘적어도 이것만은’ 하고 남긴 문장들전쟁은 혼란이다.누구의 명령이 옳았는지, 어떤 목표가 정당했는지 따지기 어려운 상황이 계속된다.하지만 그 혼란 속에서도 이상하게 자주 등장하는 장면들이 있다.어느 병원 앞에 걸린 표식,.. 더보기
전쟁 중 민간인 피해, 국제법은 어디까지 보호할 수 있나 전쟁이 시작되면 언제나 먼저 무너지는 건 사람의 삶이다.총소리는 전투에서 울리지만, 피해는 주방, 거실, 마당에서 시작된다.내가 이 주제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어느 날 아주 짧은 영상 클립 때문이었다.어린아이가 부서진 벽 사이에서 인형을 껴안고 있었고, 그 아래 자막에는 ‘민간인 피해’라는 말이 쓰여 있었다.그 말이 어쩐지 가볍게 느껴졌다. 그 순간부터였다. 법이라는 것이 과연 그 아이에게 무언가를 해줄 수 있을까, 묻게 된 건. 규칙은 존재하지만, 현실은 늘 한 박자 늦는다전쟁에는 규칙이 있다고 한다.어떤 무기를 써야 하고, 어디를 공격해선 안 되며, 누구를 절대 다치게 해선 안 되는지 정해져 있다는 이야기다.하지만 그런 원칙을 듣고도 여전히 의문이 든다.그렇다면 왜 민간인 피해는 계속되는 걸까?나.. 더보기
국제법은 왜 개인에게도 적용되는가? ‘국제법’이라는 단어는 늘 멀게 느껴졌다. 뉴스에서는 외교 문제, 조약, 군사 충돌에만 등장했고, 나와는 아무 상관없는 일처럼 보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상한 장면들을 보게 됐다.법정에 선 사람, 억울함을 토로하는 누군가, 어떤 권리를 주장하는 개인, 모든 이들이 ‘국제법’을 언급했다. 그리고 그때 알게 됐다. 이 거대한 법이 점점 더 한 사람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법은 결국, 사람을 중심으로 다시 설계되고 있었다. 나와는 상관없다고 생각했던 그 말이 내 삶으로 들어올 때대학교 때 수업을 들으며 국제법이란 단어를 처음 본격적으로 접했다. 그때는 조약의 체결 절차나 국가 간 분쟁 조정 같은 내용들이 전부였다. 하지만 어느 날, 누군가의 체험담을 접했다. 해외 체류 중 부당한 일을 겪었는데.. 더보기
국제법에서 조약과 협정, 그 경계선이 흐릿해지는 순간들 처음엔 두 단어가 그렇게 큰 차이를 만드는지 몰랐다. 조약이든 협정이든, 서명하고 악수하고 발표하는 걸 보면 비슷하게 느껴졌다. 뉴스 자막에선 종종 둘을 번갈아 쓰기도 했고, 전문가들도 대체로 같은 의미처럼 이야기하는 때가 있었다. 하지만 실제 사건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며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둘 사이의 거리가 뚜렷해지는 순간이 찾아온다. 나에게도 그런 지점이 있었다. 외교 현장을 처음 들여다봤을 때의 낯선 느낌외교문서라는 게 처음부터 끝까지 정확하고 딱딱할 거라고 생각했었다.그런데 어떤 국제회의의 비공식 기록을 들여다볼 기회가 생겼고, 그 속엔 꽤나 사람 냄새나는 문장들이 있었다. 참석자들은 한 줄짜리 문구를 놓고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았고, 어떤 문서를 '협정'으로 부를지 '조약'으로 부.. 더보기
국제법에서 누가 '국가'라고 말할 수 있는가? 국가라는 말은 평소엔 익숙하지만, 막상 “무엇이 국가인가?”라는 질문을 받으면 말문이 막히는 개념이다.어릴 때는 지도에 표시된 곳이 국가라고 생각했다. 국기와 수도, 언어가 있다면 나라라고 믿었다.그런데 실제로는 지도에 없는 나라도 있고, 이름이 있어도 국제사회에선 존재하지 않는 나라들도 있었다.국가라는 것은 단순히 경계와 제도만으로 설명될 수 없는, 어떤 존재의 자격에 대한 이야기이다. 존재하는데 존재하지 않는 나라들몇 해 전, 다큐멘터리에서 어떤 지역의 이야기를 봤다.그곳 사람들은 자신들의 나라를 세우기 위해 국기를 만들고, 임시정부를 구성하고, 선거를 치렀다.거리에는 포스터가 붙었고, 교과서가 인쇄됐다.아이들은 자신들이 어느 나라 사람인지를 배웠고, 어른들은 매일 그 나라의 이름을 입에 올렸다.그.. 더보기